Let There Be
정적.
궁금한 점이 없거나,
오고 간 대화 속에서
도저히 공통 분모를 찾지 못했거나.
그런 의미에서
대화가 잘 통한다는 것은
끊임 없이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일 수 있겠다.
또는 궁금한 점이 너무 많거나,
주고 받는 말 속에서
나와 결이 비슷한 상대방에 놀라 흠칫 하거나.
이런 의미에서
대화가 잘 통한다는 것은
문장들 사이에 존재하는 그 공백조차
편안하고 좋은 것이겠다.
똑같은 문장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되고.
같은 사람도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이듯.
아무리 많은 대화를 해도
전혀 감흥이 없을 수도 있고,
많은 대화를 하지 않았음에도
여운이 진하게 남을 수 있다.
소중했다.
둘이 함께 나눈 그 많던 이야기도,
그리고 중간에 아무 말이 나오거나 들리지 않던
그 정적마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