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Sweet Home

 '집'이라는 공간의 중요성


 

방배에서 상암까지 매일 출퇴근하던 길.
지하철에서 앉기만 하면 고개를 푸-욱 숙이고 꾸벅꾸벅 졸다가 깨곤 했다.
(옆 사람이 꾸욱 어깨로 밀치면 '죄송합니다' 반복)



특히나 퇴근하고 집에 가던 여행 길이 생각난다.
회사->걸어서 디지털미디어역->공항철도 홍대역->2호선 환승->방배역->걸어서 집
(물론 6시 30분에 퇴근해도, 집에 도착하면 8시가 넘었지만.)



하지만 긴 퇴근길임에도, 집이 주는 따뜻함 때문인지 항상 마음이 편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집'은 정말 중요한 공간이다.



어쩌면 집에서만큼은 몸과 마음이 편할 수 있어야 하기에,
일과 일상 생활 공간이 완벽하게 분리되길 바랬는지도 모르겠다.





뉴욕의 살인적인 물가 때문에 숙소를 고민하다가,
지은이 사촌언니의 유학원 쉐어하우스에 묵게 되었다.
위치도 맨하탄, 그리고 아파트 자체도 굉장히 크고 좋다.
근데 뭔가 집 같이 편안하지는 않은거다.



생각해보니 여기서 생활하는 학생들 모두 잠시 머물다 간다는 생각에,
본인 집 처럼 애착을 가지거나 깨끗하게 사용하지 않은 탓 같았다.
여기서 계속 생활하는 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이 곳을 집처럼 따뜻하고 쾌적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우린 아무리 2주만 보낸다해도 말이다.




외국에서 혼자 생활하다보면 외롭고, 집이 그리울 때가 많을 것 같다.
그럴 때, 지금 지내는 공간이 따뜻한 집처럼 느껴질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모두가 옷 쇼핑을 할 때, 청소 도구를 잔뜩 구입했다.
(살림꾼이 다 되어 갈 것 같다. 청소 도구를 사면서 행복할 줄이야.)
99년생, 93년생의 어린 친구들과 거실, 주방, 방, 화장실 청소를 하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볍고 좋다.
(어무니가 집 청소하며 스트레스 풀던 모습이 생각이 났다.)




너의 발걸음이 들릴 때 웃으며 마중을 나가는 게
너에게 해줄 수 있는 나의 유일한 선물이었지

어디 아픈 덴 없니 많이 힘들었지 난 걱정 안 해도 돼 너만 괜찮으면 돼
가슴이 시릴 때 아무도 없을 땐 늘 여기로 오면 돼




로이킴 노래 중에 'Home'을 굉장히 좋아한다.
(들을 때마다 괜시리 울컥해지는 이상한 노래.)



결국 '집'은 바쁜 일상 속 숨겨진 내 초라한 뒷모습과 여러 고민들로 무거운 내 어깨를, 
남들이 모르는 지친 하루 속 나를, 위로해주는 유일한 공간이다.


우리 손으로 직접 치우고 가꿔서 뉴욕에서의 home이 생긴 날이었다.




 

Day 2 in New Y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