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nnect Stars and Planets by Pencil

Be My Universe


 



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이 왔다.
덴마크에서의 마지막 날.




마지막 하루라고 생각하니 더 소중해지는 시간들.
그래서 지은이와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
루이지애나 뮤지엄을 가기로 했다.




보통 미술관, 박물관 하면 괜히 부담스럽거나
가기도 전에 지칠 때가 있다.
(가끔 작품을 보러가는지, 사람 구경 가는지 모를 정도.)





하지만 따뜻한 햇살과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굴러다니는 동산,
넓은 바다를 마주한 루이지애나는
뮤지엄이라기보다 숨겨진 휴양지 같았다.






그 곳에서의 Marina Abramovic 전시.
젊은 시절의 Marina는 자신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해,
다소 가학적일 수 있는 다양한 실험을 했던 것 같다.



혼돈. 붕괴. 불안. 파멸. 분노. 정열. 행복. 사랑.
그녀는 모든 감정을 최대치로 경험하고 이를 사람들과 공유했다.



그렇게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까지,
예술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70세가 넘은 지금에도 꾸준히 예술 활동을 하는데,
과거에 비하면 평온, 명상에 집중하는 작품들이 인상 깊었다.





이렇게 한 사람의 인생과 예술을 보니,
모든 것에 이런 흐름이 있겠지 싶다.




오르락 내리락 하는 감정들 사이에서 지치다가,
계속해서 방황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시기를 거쳐
불안하고 불안정한 상태를 지나,
그 속에서 평온함을 배워가는 과정.




그녀의 얼굴이 과거에 비해 훨씬 편안해보였고,
자신만의 답을 찾은 듯 했다.
나도 언젠가 이런 모든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나만의 답, 성숙한 평온함과 여유를 찾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부터 연필을 잘 안 쓰게 되는데,
아마 펜이 더 편하고 색이 진하기 때문인 것 같다.
(지울 때에도 줄을 그으면 그만.)




하지만 상대적으로 지워지기 쉽고,
펜에 비해 뚜렷하지 않아 흐려보이는 연필로도.
자신이 생각하는 밑그림과 정확한 방향성이 있으면
그림은 완성되는 법이다.
처음부터 선명하고 완벽할 필요는 없다.





지금 치열하게 하고 있는 이 모든 고민, 생각, 그리고 걱정들이 
나도 모르는 사이 가느다란 선으로 이어져
반짝이는 무언가를 만들고,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겠지.




나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하루, 하루들이
정말 행복했다.



러프한 스케치를 하게 해준,
덴마크 안녕.

 

Day 29 In Den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