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mething Else

이제서야 보이는




작년까지만 해도 미술관을
자주 갔던 것 같다.


비단 트렌드 리서치를 해야한다는
의무감에서 오는 행동만은 아니었다.


그때도 지금도,
새로 보고 듣고 느끼는 모든 것들이
나에게 어떻게든 좋은 자극이 된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가끔은
너무 많은 걸 보고 듣다 보면,
아무것도
보기 싫을 수도, 듣기 싫을 수도 있다.






정말 오랜만에
새로운 걸 보고 싶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나에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딱히 끌리지 않는 것들이 있다.


너무 가벼워 보인다거나,
아무 의미가 없어 보인다거나,
그냥 나에게 별로인 것들.




묵직하고 무게감 있는 게 좋아서
굳이 아이팟 클래식을 들고 다녔다거나,
직접 손으로 쓰는 게 좋아서
두꺼운 노트를 들고 다닌다거나.



나도 모르는 사이,
보여지는 단편적인 모습을 가지고
머리 속에서 특정 이미지가 만들어질 때가 있다.




하지만 내 멋대로, 임의로
그 것의 무게나 깊이와 의미를
판단하거나,
깎아내릴 수는 더더욱 없다.



내게 한 없이 가볍고 흔해보이던 그 것은
'빚어서 만들다'라는
생각보다도 더 깊은 뜻을 가지고 있고,



내가 그 무엇보다 의미를 두고 깊게 보던 그 것은
생각보다도 더 얕고
혹은 의미 없는 것일 수 있다.





스쳐 지나간 것들을
다시 뒤돌아보기도 하고,

눈여겨 보던 것들을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




이제서야
다시 새롭게 보이는 것들.

 

내 눈에 보여지는 게 다가 아니고,
내가 생각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JUST ANOTHER DAY BACK IN SEOUL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