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Matter What
이젠 로지의 차례였다.
알 수 있는 게 있고
알 수 없는 게 있다.
알고 싶은 게 있고
알기 싫은 게 있다.
그녀는 알고 싶었지만 알 수 없었고,
또 알기 싫었지만 알 수 있었다.
때로는
함께 같은 곳을 보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가끔은
함께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믿고 싶을 수 있다.
혹은 알면서도
굳이 확인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그녀는 외로웠다.
분명히 함께였지만 따로였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애매한 그 경계 어디에서
멈춰야함을.
그 정도가 아니기에
딱 이 정도임을.
인정할 수 있는 게 있고
인정할 수 없는 게 있다.
인정하고 싶은 게 있고
인정하기 싫은 게 있다.
그녀는 인정하고 싶었지만 인정할 수 없었고,
또 인정하기 싫었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여태껏 열심히 부정해온
그 사실을,
이제는 받아들이기로 했다.
놓아주기로 했다.
돌이킬 수는 없지만
돌아가야만 했다.
스쳐지나가는 인연들 속,
12년을 엇갈렸지만.
매번 다음을 이야기하는
알렉스의 앞에서
한번쯤은
지금을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고
그럴 수 없었다.
친구라는 틀 안에서,
그녀의 욕심을 버리고
이기적인 마음은 넣어두고.
그리던 모습이 아니더라도,
그녀가 원하던 관계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형태로.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무슨 일이 있더라도.
로지는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한 발자국 떨어져서
그의 행복을 빌어주기로 했다.
이젠 로지의 차례였다.
그녀도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