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Alone
Let you know
회사에 다닐 때,
20-30대의 취미생활에 대한
인터뷰를 진행한 적이 있다.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는지,
언제 행복한지 질문을 하던 내게.
역으로 나는 언제 행복하냐고 했다.
나는
가장 좋아하는 봄 날씨에
집에서 방배역까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걸어갈 때
라고 대답했다.
매일 방배역에서 신촌역.
신촌역에서 학교 정문,
그리고 정문에서 삼성관까지.
짧지 않은 그 길에 들었던 노래들과
내가 봤던 모든 풍경들은
이상한 설렘으로 남아있다.
공강 시간에 사먹던 쿠키바닐라 버블티.
학관에 가서 먹던 와플.
백양로 벤치에서 보던 벚꽃.
삼성관에서 밤새며 만들던 패턴.
중도에서 공부하다 들리던 매점.
백양관 앞에서 했던 헥스 공연.
청경관에서 줄서서 먹던 까르보나라.
우연히 마주치면 반갑게 인사하던 그 때.
정말 오랜만에 학교에 갔다.
학교도 나도 많이 변해서
아쉽고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자주 앉아있었던 중도 옆 벤치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꽃이 담긴 박스에
나의 일상을 기억하는 수많은 사진들.
그 뒷면에 한 마디씩 적어서 주는.
주는 것에 더 익숙하고
행복함을 느끼는 나에게.
받는 방법을 알려주고,
받을 때의 기쁨을 알려주고 싶었나보다.
한 장 한 장에,
한 글자 한 글자에
묵직하게 담긴.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까지
기억하고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마음이.
참 따뜻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