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nNY_64
One day
피부가 완전히 뒤집어졌다.
미국에 와서도 물갈이 한번 하지 않고
피부에 뭐 하나 안 나던 그날들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 나에게
아주 시원하게 한방을 날린 셈이다.
하루아침에 얼굴이 너무 따갑고 아프고
그리고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
음식인지 외부 접촉에 의한 알레르기인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결국 그들도 모르지만)
난 그때 바로 전문가를 찾아갔어야 했다.
나는 항상 괜찮아질 거라며
미련하게 일을 더 크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데.
왜 이렇게까지 만들고 나서야 해결을 하려고 나설까.
여드름 연고를 발랐다가,
티트리 오일을 발랐다가.
약국에 가서
알레르기 약과 연고를 타서
대충 바르고 먹다가.
얼굴이 완전 엉망진창이 되고
그제서야 심각성을 깨닫는 것.
왜 나 스스로를 챙기는 것은
항상 이렇게 뒷전으로 미룰까.
한국에서는 걸어서 5분 거리 피부과에 가서
이름을 말하고 바로 치료받고
약 받으면 끝일 것을.
학교를 통해 어떤 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는지
그리고 도대체 어딜 가야 하는지,
그 어느 것도 모르는 내가 참 바보 같았다.
가서도 마찬가지.
뭐가 문제인지 증상을 말하라는데도
내 몸 상태 하나 정확히 표현 못 하는 내가 너무 답답했다.
아프면 서럽다더니.
안 그래도 요 며칠 계속 한국이, 가족이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그렇게도 그리웠는데.
끊임없이 쏟아지는 질문에
그냥 내게 익숙한
그 따뜻했던 모든 것이 떠올라서 울컥했다.
또 다른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참았던 눈물이 쏟아졌다.
왜 모든 것은
이렇게 내 마음대로 안될까.
힘든 건 왜 한 번에 몰려올까.
익숙해질래야 익숙해질 수가 없고.
집이라고 생각할래야 생각할 수가 없다.
정을 붙이려고 해도 어쩔 수가 없다.
절대 혼자가 아니라고 되뇌면서
찾아가는 그 모든 길이
오늘따라 더 낯설고, 외롭고 무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