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ywhere I Go
Ain’t the first time
씩씩하게 축사를 시작하는데,
나를 보며 눈물을 흘리는 민이를 보고
와르르 무너졌다.
겨우 마음을 다잡고
끝낸 축사와 친구의 결혼식.
부담감과 책임감에 힘들었어도
진심을 다했기에,
더 뿌듯했던 주말.
나는 항상 내가 감성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참 이성적인 사람이라고 들었다.
그 누구보다도 이성적인 사람인데,
스스로 감성적이고 싶어 하는 것 같다고.
작은 틈 사이로 감성이 쏟아지려 해도
이성이 꽉 붙잡고 있다는 것.
아마 그래서 많은 선택들 앞에서,
결단력이 있지만
무조건 감정만을 내세우진 않았겠지.
아마 생각이 너무 많아서
더 그렇겠지.
있는데 보이지 않는
흐르는데 멀어지는 것, 가벼운데 느려지는 것,
소리 없이 서서 마르는 것, 가만히 있는데 흔들리는 것들은
모두 다 어쩔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러나 있는데 보이지 않는 것만큼 속수무책인 몸은 없다.
작은 그늘이 큰 그늘 속으로 들어가듯
사라지지 않았는데 보이지 않는 것은 귀담아들어야 한다.
눈을 맞추고 이야기하고
서로의 표정을 읽고
감정을 나누고.
비슷한 온도의 바람을 맞이하고
같은 시간에 눈을 뜨고 감으며
함께 공기를 마시고.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와인 한 병이 비워지는 시간들.
이 모든 것이
너무 필요했고 그리웠던
28, 29, 그리고 30살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