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ilver Lining

Somewhere the sun is shining


비를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더 가혹하게 다가오는
장마의 시작.



삶이라는 건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이야기니까.




오랫동안 한자리에 쌓여온 시간에 감탄하는 것.
우리가 삶으로부터 받는 가장 큰 선물은
시간이라는 사실.



시간은 그렇게 야속하게도
잘 흘러가는 것이었다.
항상 그랬지.






일어나서 허둥지둥 출근 준비를 하고,
회사에서 다른 데 신경쓸 틈 없이 일을 하고,
저녁을 먹고 나면 저무는 하루.



그러다 보면 생각하기를 자꾸 미루게 된다.
더 잘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한 사람의 어른으로서 내 일상을 더 잘 꾸려가고 싶은데,



대체 어디서부터 마음을 놓쳐버린 건지
알 수 없어지곤 한다.






그 마음이 기억이 났다.
그래서 새로운 도전을 했던 것도,
계속 나아가려 했던 것도.











예쁘고 즐거웠던 마음만 기억하고
그렇지 않은 마음은 덮어버리려하는 것,
밀어서 뒤로 치워버리는 것,
그것이야말로 반쪽만 사는 삶.








내 고민은 쉽사리 잠으로 덮어버리려 하고,
시간이 지나면 힘든 마음이
‘알아서 괜찮아지길’ 기다릴 때가 많았다.






어느 순간부터
반쪽만 사는 삶에 진절머리가 났다.
덮어두면 다 괜찮은 줄 알아.










’오늘 하루 중에 어떤 순간이 좋았어?’




충격적으로 하나도 없는 날이 있었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사진은 별로 남아 있지 않아요.
기억 속엔 훨씬 많은 꽃이 피어 있는데.




언젠가 울게 되는 날이 오더라도,
아주 슬퍼지지는 않도록,
충분히 그리워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추억이 있도록.





남아 있는 것이
생각보다 더 없다는 것이,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살아보니 인생은 필연보다 우연에 좌우되었고,
세상은 생각보다 불합리하고 우스꽝스러운 곳이었다고.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지만, 사소한 즐거움을 잃지 않는 한
인생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필연을 믿었지만,
참 인생은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그래도 무너지지 않기 위해.




지금 뿐인 지금.
지금을 지켜내야지.

The Silver Li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