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Will See
YOU GIVE ME HOPE
가위바위보
까마득 나무 위로
날개도 없는 내 마음이 떠올랐다
셈 없는 별들 속 흐르는 너를
맴돌다
퐁당
다시 슬며시 떠오르다
저기 몰래 다가오다
어느새
수면을 깨뜨리며 붉게 물들여요
내 마음에
굽혀지지 않는 새끼손가락 하나가
더 돋아나서
나는 이제 주먹을 쥘 수가 없어요
나는 자꾸자꾸 보예요
‘생일 축하해!’ 몇 번이나 외치고
손을 흔들고 나서야 지하철 문이 닫혔었다.
매년 서로의 생일을 축하해 주는 오니와
언제 또 볼지 몰라서 더 크게 외쳤던 그날.
함께 먹고 마시고 이야기를 하고,
직접 축하해 줄 수 있다는 건 이런 의미이다.
시간과 마음을 온전히 쏟는 것.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
일상을 나눈다는 것. 함께 있다는 것.
내게 행복은 이런 모습이지.
한국에 온 지 2년이 되어가는 지금, 나는 행복할까.
행복할 때 내가 어땠지?
행복하면 어색해진 건 아닌지.
소중하고 귀할수록 사라지거나 깨질까 봐,
더 조심해서 다루는 것들이 있다.
궁금해도 되나? 만져봐도 되나?
내가 가져도 되나?
그러다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도,
또 그렇게 마음을 다잡기도 하는 것.
꾹 참고 기다리는 것은
내게 더 이상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에.
이 또한 씩씩하게 잘 이겨내리라는 오만함을 빙자한 소망.
욕심이 더 커져서 나를 잡아삼키기 전에 추스르는 법. 삼켜내는 법.
다시 익숙한 곳으로 나를 밀어 넣는 법.
최대한 티를 내지 않는 법. 삭히는 법.
따스한 빛이 드리운 자리에
한걸음 두 걸음 다가서 보니 너무 반짝여서.
잠시 모든 것이 멈춘듯했다.
생각만으로도 벅차서 잠시나마 행복했었다.
근데 그러면 안 되겠지.
상황과 스스로를 탓하면서 또 그렇게 뒷걸음질을 하는 내가,
너무 슬프고 속상해 보여서 더 모른체하고 싶었다.
더 초라해지기 싫었다.
누구는 겁이 많아서, 또 다른 누구는 생각이 많아서.
누구는 미련이 남아서, 누구는 확인이 필요해서.
가로막는 것들에는 이유가 많지만,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것에는 이유가 없었다.
요란한 삶을 추구하지 않고
서름한 날들을 남에게 물을 생각도 없다.
내 자신이, 서늘한 곳에서 꽃받침이 받쳐 주는
새하얀 꽃으로 피어남을 느끼고 있다.
봄날의 대지에서 많은 것이 움터 나오고
땅속에서 그 뿌리들이 자양분을 듬뿍 빨아들인다.
축복해 주지 않을 여름철이 오더라도
그것에 굴복하지 않기 위하여.
바보 같아.
고개를 푹 숙이고는 말했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