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pe of You
I'm in love with the shape of yOU
지난 8월, 올해 5월 황금연휴를 위해 싱가폴행 티켓을 사놨었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사실이지만, 9개월 뒤의 나를 위해 미리 작은 선물을 준비했던 셈이다.
(퇴사 전, 신경 쓰이는 일이 많았는지 감기, 장염, 몸살 쓰리 콤보로 고생했다.
음식은 거의 못 먹었지만, 혼자서도 잘 돌아다녔다.)
사실 너무 기대했던 여행이라, 온 몸이 쑤시고 식은 땀이 날 정도로 아픈데도 꼭 가고 싶었다.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기운 없이 비행기에 타서는, 꾸역꾸역 <브리짓 존스의 베이비>를 봤다.
몸에 힘이 없어 영화에 집중하기도 힘들었는데, 어느 한 장면에서 피식 했다.
바로 브리짓 언니(?)가 락 페스티벌에서 Ed Sheeran을 못 알아보는 장면이었다.
사실 이 브리짓 언니만 모르는 Ed Sheeran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핫한 싱어송라이터 중 한 명이다.
오아 오아 오아 오아
누구든 오가며 한번 쯤은 들어봤을 "Shape of You"를 들으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직접 보거나 만지지 못해도 사람마다 그려지는 shape가 있는 것 같다.
(여기서 shape는 단순히 외모/외관이 아니라, 그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와 느낌 그 자체.)
한국이 아닌 덴마크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평화로운 주말을 보내고,
지은이와 홈메이드 '바나나 무슬리 블루베리 파운드 케익'을 만들었고 매우 성공적이었다.
(no 밀가루, no 설탕)
물론 베이커리에서 케익을 사와서 바로 먹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직접 바나나를 으깨고, 안에 넣을 재료를 준비하고, 오븐에 넣고 1시간 넘게 기다리는 과정.
이 과정 전체가 엄청난 노력이고, 오랜 기다림이며, 지극한 정성인 것이다.
오늘 직접 만든 핸드메이드 케익은 시중에 파는 다른 케익처럼 자극적이거나 화려하진 않지만,
담백하고, 질리지 않으며, 따끈따끈했다.
'Your love was handmade for somebody like me'
가사처럼 엄청난 노력, 오랜 기다림, 지극한 정성이 담긴 핸드메이드 같은 사랑이 있을까.
조금은 서툴고 부족하더라도 말이다.
겉만 번지르르한 사탕발림 말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담백하고 솔직한 한 마디.
불처럼 화-악 타오르다가 식어버리는 게 아니라, 오래 따끈따끈할 수 있는 감정.
그런 사람과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I'm in love with the shape of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