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y To Get Hurt
넘어지는 게 두려워 그래, 넘어져도 괜찮아
외계어처럼 들리는 낯선 줄임말들에 깜짝깜짝 놀란다.
(보통 앞 글자를 따서 새로운 단어들을 탄생시킨다.)
그리고 못 알아듣는 순간, 아재, 시조새 등의 별명을 얻음과 동시에 대화에서 소외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제 줄임말은 비단 10대만의 용어가 아니다.
작년, '어른들' 사이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 중 하나,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들어봤을, 워라벨.
어느 순간부터 'Work & Life Balance'를 워라벨 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저는 연봉보다 워라벨이 중요해요."
요즘 사람들은 일과 개인의 삶의 완벽한 분리, 그리고 그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원한다.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조화로운 삶의 형태를 가장 이상적으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사실, 평화로워보이는 모든 것에도 보이지 않는 팽팽한 긴장감이 숨어있다.
긴장 속 아슬아슬하게 균형 잡혀있던 것이 깨지는 순간,
정교하게 이어져있던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하고, 결국은 무너지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모든 일이 그렇다.
우정, 사랑, 사람과 사람이 맺는 모든 관계에서도 한 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거나, 일방적일 수는 없다.
다시 말해, 서로의 감정선이 비슷하고 안정적으로 균형을 이뤘을 때에 건강한 관계가 오래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밸런스라는 것은 굉장히 이상적이고 동시에 어려운 개념이다.
그런 면에서 어릴 때부터 균형에 대해 배우기 가장 좋은 방법은 자전거이다.
아빠는 항상 나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고 싶어했지만, 세발 자전거 이후 나는 자전거와 담을 쌓았다.
오히려 스케이트 보드를 배우거나, 두 다리로 걷거나 뛰는 운동을 좋아했다.
여기 덴마크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데, 성인이 되서 배운 자전거가 아직 내겐 너무 낯설다.
그래도, 덴마크 라이프를 위해 중고 자전거 샵에서 자전거를 샀다.
(사고 나니 아이들용 자전거이다.- Remington Children Bike, 아마 다리 길이 때문이겠지.)
균형 잡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는지 새삼 다시 깨닫는다.
넘어지는 게 두려워 자꾸 멈추게 된다.
넘어지니 무섭고, 무서우니 또 넘어지는 무한 반복의 길인 것이다.
하지만 누구든 처음부터 완벽한 균형을 잡을 수는 없다.
사실 넘어져도 괜찮고, 실수해도 괜찮다.
넘어지면 다시 일어나면 되고, 실수를 하면 다음 번에 똑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면 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마음 먹기 나름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후, 여러 번의 연습 후 생긴 흉터들이 아물 때 즈음.
자전거도, 삶의 균형도 잘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다칠 준비가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