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Another Day of Sun

또 다른 날의 태양은 뜨니까

 


오전 9시 크로스핏 수업에 처음 도전하기로 했다.
8시 20분 알람이 울리는데 온 몸이 천근만근, 찌뿌둥한 게 영 수상했다.
창문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거센 바람의 흐린 날씨.
덴마크에 온 날부터 쨍쨍한 햇빛을 받아서 그런지, 더 추-욱 쳐지는 느낌이다.



사실 나는 날씨의 영향을 굉장히 많이 받는 사람이다.
가을, 겨울보단 봄, 여름을 좋아하고
심지어 날씨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기도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때 L.A에서의 1년을 행복하게 기억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따뜻한 햇빛과 서늘한 바람, 여유로운 분위기, 그리고 긍정적인 에너지까지 전부 내 스타일이었다.
다시 말해, 나는 이런 흐리고 비 오는 날씨를 반기는 사람은 아니다.
(이런 날엔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이불 돌돌 말고 영화를 보며 핫초코를 마시는 게 최고!)





<라라랜드> 영화를 5번이나 봤다.
(사실 이 영화를 보고 주위 모두가 L.A병에 걸리기도 했다.)
주인공 세바스찬과 미아는 가장 패기 넘치는 청춘을 보내며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서로의 순수한 꿈을 지키고 이뤄내도록 격려하고 응원하며 함께 성장한다.
하지만 결국엔 현실에 부딪혀 헤어지게 된다.

이 스토리만 보면 뻔하디 뻔한, 진부한 러브스토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라라랜드>는 내게 특별하다.



<라라랜드>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O.S.T의 힘도 있겠지만,
찬란하면서도 가슴 아린 마지막 엔딩 시퀀스가 아닐까 싶다.

결국 엇갈려버린 이 둘의 꿈과 현실이 교차하는 것은,
둘의 현실을 환상처럼, 그리고 환상을 현실처럼 만들며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사실은 내가 구분하기 싫은 것일지도.)
하지만 현실 속, 어긋난 둘은 서로를 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을 만큼 단단해졌다.
함께 했던 따뜻한 봄날의 청춘이 지나고, 추운 겨울이 온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 둘에게 또 새로운 태양이, 다른 형태의 봄날이 온 것이다.



"요즘 다들 왜 이리 낭만이 없지?" 주위에 자주 하던 말이었다. 
하지만 <라라랜드>는 낭만적이었다.

사실 이보다 더 낭만적으로 보여줄 수는 없었다.
꿈꾸고 사랑하는 청춘의 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눈부신지 말이다.




영화는 따스한 L.A 봄 날, 'Just Another Day of Sun' 노래와 함께 시작한다.


 
And when they let you down
You'll get up off the ground
As morning rolls around
And it's another day of sun




 매일매일 해가 쨍쨍할 수 없다는 걸 안다.
오늘 같이 흐린 날에는, 그저 한 템포 쉬어가면 되는 것이다.

푹 자고 일어났을 때엔,
결국 아침은 다시 돌아오고
또 다른 날의 태양은 뜨니까.

 

 

Day 6 in Denm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