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Mood

 나도 취하고 싶어

 


알코올 분해 효소가 없다.
카페인에도 약하다.
고로,
술을 마시지 못한다.
커피를 마시지 못한다.
(동기 중 한 명은 이 때문에 '이종화 노잼' 이라고 불렀다.)



선천적으로 혹은 후천적으로 술을 잘 마시는 사람들이 부럽다.
친구들이 'One sip'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로, 정말 목만 축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단 한 잔으로 남들 한 병- 두 병의 효과를 낼 수 있다.
(매우 효율적인 drinker!)



술은 못 마시지만 술자리는 좋아한다.
평소에 하지 못하던 말을 더 편하게 하게 되는 것이 술자리의 매력 중 하나이다.
특유의 친밀한 분위기가 주는 편안함이 있다.



하지만 술을 핑계로 자신의 실수를 합리화시키는 건 싫다.
혹은 자기 자신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은 더더욱.
그래서 부어라 마셔라, 필름 끊길 때까지 마시는 사람들을 이해하긴 어렵다.





지은이와 저녁을 뭐 먹을까 고민하다, 리얼 멕시칸 음식과 함께 맥주를 사왔다.
(나는 음료수에 알코올 세 방울 정도 떨어트린 듯한 맥주, kombrewcha 레몬그라스 민트)



"어디 한번 코 삐뚤어지게 마셔봐?"

큰 소리 떵떵치며, 
지은이와 3-4시간 이런 저런 얘기 나누며 한 모금씩 마시는 밤.




나도 그러고 싶은 날이 있다.
취할 수 없지만, 취하고 싶은 날.
오늘 같은 날.




 

DAY 11 In New Y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