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ght Be the One
예외는 없다. 내가 될 수도 있다
아침에 깨서 방에서 나가려는데, 밖에서 부스럭 소리가 난다.
아마도 지은이 친구 슬기가 내가 깰까봐 조심스럽게 준비하는 모양이다.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수줍게 인사를 건넸다.
(안경과 잠옷 콤비로!)
아침을 먹고, 호수 산책을 하고 오니 그새 또 점심시간.
지은이, 슬기와 살롱 놀이를 마치고 셋 다 귀걸이를 하고는 나가는데,
'What the F!'
쿵!
웅성 웅성
놀란 지은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게 무슨 일이지?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날 수는 없다. 이상하다.
괜찮다고 대답하려는데 말이 안 나오고, 벌떡 일어나고 싶은데 일어날 수가 없다.
부축을 받아서 벤치에 앉는데 턱에서 피가 계속 난다.
어디가 아픈지 아무 느낌이 없고, 눈 앞이 까매지고 핑- 어지러워서 눈을 감기로 한다.
옆에서 슬기가 괜찮다며 팔을 계속 쓰다듬어준다.
지나가던 의학 전공생이라는 사람의 도움으로 응급실을 예약하고, 약국을 가기로 한다.
시간이 지나면서 무릎이, 팔이, 그리고 턱이 아파왔다.
근데 그 것보다도, 나 때문에 고생하는 친구들한테 너무 미안했다.
아, 이게 아닌데. 이렇게 피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은데.
덴마크는 모든 일 처리가 늦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응급실에 가보니 응급실 자체가 조용해서 마음이 안정됐다.
그리고 생각보다 빨리 접수 및 진행이 되었고, 무엇보다 너무 친절했다.
응급실에서 자세하게 상황을 설명한 뒤, 백신 주사를 맞고 상처로 벌어진 턱을 glue처리하니 끝.
하루가 참 길었다. 24시간이 모자른 하루다.
4시가 다 되서야 점심을 먹고, 기대하던 Distortion을 가다.
(급할 수록 돌아가랬다. 배고픔에 너무 급하게 움직이다가 결국 4시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거리 축제.
모든 거리 및 건물에 음악이 흘러 나오고, 모든 사람들이 술과 음악을 즐기는 야외 축제였다.
각 거리마다 DJ가 있고, 섹션 별로 분위기가 달라 걸어다니면서 마음에 드는 곳을 고를 수 있다.
오늘 있었던 엄청난 일들은 잠시 잊고, 우리 셋은 음악을 잠시라도 만끽하기로 했다.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내 주위,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도 큰 사고가 없었던 것 같다.
사고는 나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고, 나만 조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술도 못 마시고 모든 것에 굉장히 조심하는 성격이기에)
하지만 사고는 오늘처럼 순식간에 일어나고,
내가 조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란 걸 이렇게 직접 경험하며 알게 된다.
나랑 상관 없다고 생각한 그 모든 것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거다.
지금 불편한 건 입을 크게 벌려서 공룡웃음을 짓지 못하는 것,
그리고 앙- 하고 크게 한 입 물지 못하는 것 정도이다.
그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