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Plan is the Plan
하루 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어쩌면 너무 '쉼'이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덴마크에 쉬러 왔지만, 생각보다 바쁘게 움직이는 탓에 몸과 마음이 지쳐있었는지도 모른다.
매번 이렇게 다치거나, 몸에서 신호를 보내야만 아는 무딘 나.
항상 계획과 목표를 세우는 성격이기에, 알게 모르게 머리가 항상 복잡했던 것 같다.
'건강이 최고'라는 부모님의 말씀을 다시 마음에 새기게 된다.
그래서 오늘은 내 몸과 마음을 위해 방콕데이, 즉 아무 것도 안하는 날로 정했다.
(어제보다 통증이 심해, 이 참에 제대로 푹 쉬는 게 좋을 것 같다.)
아침을 차려 먹고, 글을 쓰고, 작업을 잠시 하고, 설거지를 하고
점심을 차려 먹고, 설거지하고, 개운하게 씻고
잠시 산책 나갔다가 Irma에서 장보고 와서 저녁을 먹고
(여기 와서 더 느끼는 건데 밥 차려먹다가 하루가 다 간다. 엄마가 매일 바쁜 이유를 알겠다. Respect.)
추천 받은 'Black Mirror'를 한 편 보았다.
(Black Mirror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제대로 글을 써야겠다. 너무 신선한 충격!)
저녁 8시 30분 쯤 침대에 누워서는 다음 날 아침 9시 30분 쯤 노크 소리에 깼다.
"언..언니.. 괜찮아?"
혹시라도 내가 기절했거나 아파서 못 깨는 걸까봐 걱정되서 날 깨우는 귀여운 지은이.
성인이 되고 이렇게 신생아처럼 깊고 길게 자본 적이 있나 싶다.
항상 잠이 부족했고 더 자고 싶어도 눈이 떠졌는데 오랜만에 날 위한 선물을 준 기분이다.
가끔은 이렇게 아무 것도 안해도, 아무 계획이 없어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