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 with Me
함께 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은 왜 항상 빨리 가는걸까.
벌써 마지막 날.
부모님과 함께하는 덴마크 생활에 이미 익숙해져버렸는데 말이다.
사람은 단순해서 좋은 것일 수록 빨리 익숙해지고 무뎌진다.
아쉬운 마음에 알람을 맞춰 놓고 일찍 일어났는데,
항상 그렇듯 먼저 깨어있는 부지런한 아부지.
나만 아쉬운 게 아니란게 느껴지는 아침.
12시 체크아웃인데도 훨씬 전에 준비를 다 하셨다.
내 짐을 다시 지은이네로 옮기러 나갔다 오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비가 왔다.
(내가 진짜 내가 비를 몰고 다니나 보다.)
비를 쫄딱 맞고 들어온 내 옷을 닦아주는 부모님.
나이가 들어도 부모님한테는 마냥 애기인가 보다.
공항으로 모셔다 드리려는데,
지은 & 요핸이가 역에서 서프라이즈로 등장했다.
안 그래도 되는데, 두 손 가득 정성이 듬뿍 담긴 예쁜 선물들을 들고서.
덕분에 부모님이 매번 감동 받으시는 게 느껴지는 뿌듯한 여행.
도대체 어떻게 이 고마움을 갚아야하나 싶다.
공항에서 체크인 하고, 요핸이가 추천해준 샌드위치를 점심으로 먹었다.
내가 피곤할까 걱정하며 얼른 가라고 하는 부모님께,
손을 흔들면서 곧 보자고 하는데 코가 찡하다.
좋은 건 그리도 쉽게 익숙해지는데,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잠깐의 떨어짐 조차 난 익숙하지 않다.
이 것만큼은 무뎌질 수가 없다.
혼자 돌아오는 길에 괜히 마음이 먹먹해,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부모님과의 짧은 여행은 오늘 끝났지만,
아직 덴마크에서의 12일이 남아있다.
여행하는 동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휘몰아치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Journey is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