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tep Forward
일단 해보지 뭐
아무래도 구두보다는 운동화가 좋고,
가죽 백보다는 천 가방이 더 좋다.
생각해보니 고등학생때 부터 천 가방을 참 좋아했는데,
편하게 들 수 있을 뿐 아니라 내 눈에는 더 예뻐보인다.
(하지만 지금까지 모은 천 가방 살 돈으로, 가죽 가방 몇 개는 샀겠다.)
사실은 아직 내 스타일을 모르겠다.
정확히 말하자면 너무 다양한 스타일이 있는 걸지도.
한 없이 여성스럽고 싶다가도 스트릿 옷들이 좋다가도 베이직한 스타일이 끌린다.
이렇게 종잡을 수 없는 옷 스타일들에 무리없이 어울리는 게,
바로 천 가방인 것 같다.
어느 옷에든 어깨에 자연스럽게 올려져있는 천 가방 모양이 예쁘다.
살짝 손 때가 탄 느낌과 약간의 주름까지.
(그 안에 지갑, 핸드폰, 이어폰, 책, 노트, 펜 등이 들어있으면 더더욱.)
대학교 때 실기 수업을 더 좋아했었던 이유는
1. 뭔가 만들어보는 게 재미있었고
2. 정해진 답이 없었고
3. 그 안에 스토리를 담을 수 있고
4. 내 두 눈과 손으로 직접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어서
였다.
입사 후, Trend.C 잡지 발행이 즐거웠던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나는 뭔가 만들어내고 싶은 욕구가 컸다.
언젠가 진짜 '내 꺼'를 해보고 싶은 욕심까지.
이번 주 일요일, 지은이네 집 근처에 작은 플리마켓이 열린다.
Stefansgade Loppemarked.
이 곳에서 천 가방과 티셔츠를 직접 디자인/제작해서 팔아보기로 했다.
(몰라몰라. 일단 해보자, 질러 버렸다.)
하나도 안 팔리면 쿨한 척할래도 조금은 속상할 것 같지만,
그럼 내가 주구장창 입고 들고 다니면 되지 싶다.
에라, 모르겠다.
오늘도 한 발짝 나아갔다는 거에 의의를 두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