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k Right Up
Until I end up in the place that I belong
날이 흐리다가도 햇빛이 나타나는, 샌프란에서의 3일차.
수진언니와 호텔로 돌아오는 길,
언니가 재미있는 질문 네 개를 던졌다.
(심리테스트임을 생각하지 않고 대답해보았다.)
1. 가장 좋아하는 색깔과 이유 세가지는?
회색
클래식하고 무난하면서도 섹시해서.
2. 가장 좋아하는 동물과 이유 세가지는?
유니콘
몽환적이면서 신비롭고 상상력을 자극시켜서.
3. 걸어가는데, 눈 앞에 건널 수 없는 큰 물 웅덩이가 있다면?
젖어도 그냥 지나간다.
4. 어느 방 문을 열었는데, 온통 하얀색의 벽지로 덮여있을 때의 기분과 태도는?
처음엔 당황하고, 받아들이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각 질문마다 숨겨진 의미는,
1. 내가 나를 볼 때의 모습
2. 남이 나를 볼 때의 모습
3. 위기에 대처하는 자세
4. 죽음을 마주하는 자세
(우선, 1의 섹시함부터 틀린 것 같지만..)
가장 맞다고 생각한 것은 3번이었다.
문제나 위기를 마주할 때의 내 모습은 어떤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게 맞다.
(겁이 없고 자신감이 있어서라기보다는,
원하는 목표가 있다면 그 길로 가려고 하는 욕심 때문.)
몇 년 전, 출근길마다 Kwabs의 Walk를 듣곤 했다.
노래 박자에 맞춰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어가다보면,
피곤한 아침이어도 힘이 나던 노래.
Gotta slow up, gotta shake this high
Gotta take a minute just to ease my mind
'Cause if I don't walk then I'll get caught out
And I'll be falling all the way down
So I lift my feet off the ground
And I'm gonna walk right up
내가 계속 방황하는 이유도,
항상 고민이 많은 이유도 같다.
계속 조금씩 나아지길 바라는 이유도,
제자리걸음인걸 극도로 싫어하는 이유도 같다.
조금은 느긋하게, 불필요한 감정들을 정리하고,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마음을 다스리고 달래준 다음.
앞으로 걸어가는 거다.
그렇게 또 다시 땅에서 두 발을 떼어,
곧장 걸어가는 거다.
앞으로도 이렇게
박자에 맞춰 씩씩하게 한 걸음씩 나아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곳에 가 있겠지.
(유니콘은 아니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