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lowly But Surely
천천히 물들어
내가 한 계단 올라가고
그녀는 한 계단 내려와 주었다.
이제 우리의 계단은 수평선.
보이스코리아 무대를 참 인상 깊게 봤었다.
원래도 좋아했던 노래지만,
손승연의 '물들어' 무대는 대단했다.
요즘 들어 더, '물든다'는 표현이 좋다.
어릴 때는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였긴 해도.
(예를 들어 '나쁜 물 들지마' 같은.)
대학교 때, "직물의 염색" 수업이 있었다.
실습 시간에 천연 염색을 직접 해볼 수 있었는데,
천에 자연스럽게 물드는 그 색감과 느낌이 참 좋았다.
나는 점점 물들어
너의 색으로 너의 익숙함으로
나를 모두 버리고
예전 같으면 나도 모르게 가사처럼,
나를 모두 버리고
상대의 색으로만 물들였을 것 같다.
하지만 이제는 천천히,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물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내가 한 계단 내려가고,
상대가 한 계단 올라와서
수평선에서 만나는.
조금은 느리고 더디지만,
확실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