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
이왕 하는 공부,
후회 없이 좋은 대학에 가고 싶었다.
이왕 하는 일,
책임감 있게 열심히 하고 싶었다.
사실 대학교에 입학하면
모든 게 다 정해질 줄 알았다.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입사하면,
걱정이 없을 줄 알았다.
퇴사한지 두 달이 되어가는 지금,
지금 당장 정해진 게 없다.
답답할 때도, 막막할 때도 있지만,
중요한 시기인만큼 더 신중하고 싶다.
단순히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가 아니라,
어디에 가치를 두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앞으로의 방향성이 필요하다.
이거야말로 다른 사람이 정해줄 수도 없고,
판단할 수도 없는 거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좋은 날씨를 만끽하며,
모든 것의 균형을 맞춰가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잊지 않고,
소소한 것에도 행복을 느끼고 감사하는 것.
많은 것들이 빠르고 가볍고 정신 없는 가운데,
내가 생각하는 가치들을 지켜가고
내 속도로 씩씩하게 나아가는 것.
이런 생각들과 마음이 동동 떠다니다가
차곡차곡 정리되는.
샌프란에서의 시간들.
매일 밤, "내일 11시에 로비에서 만나요~" 하던 수진언니.
그리고 어느덧 샌프란에서의 마지막 하루.
27살 백수 이종화가
샌프란에, 그리고 언니네 집에 두고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