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Moonlight
All We've got is this moment
뻔한 이야기지만, 시간이 언제 이렇게 갔나 싶을 때가 있다.
이제 막 새롭고 낯선 환경에 적응할 때 즈음,
다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퇴사를 앞두고 늦은 밤, 회사에 갔었다.
조용히 짐 정리를 미리 하러 가는 그 길과,
짐을 챙기고 나오던 그 길에 기분이 참 묘했다.
이렇게 실감이 안나던 것들이 갑자기 현실로 느껴질 때가 있다.
똑같다.
덴마크로 출발할 때까지만 해도 실감이 안 났는데,
며칠 뒤에는 한국에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고 있겠지.
아직은 현실로 느끼고 싶지 않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밤에 잠이 잘 안 온다.
(괜히 아쉬운 마음에 더 자기 싫은 걸지도 모르겠다.)
늦은 밤, 어두워진 밖을 보면서 하루를 정리하던 것도.
잠들기 전, 아무리 늦어도 매일 글은 꼭 쓰고 자던 이 습관도.
그러다가 노트북을 침대 위에 놓고 안경을 쓴채로 잠들던 것도.
작고 소소했던 모든 순간 순간들은
조금씩 잊혀지다가 결국엔 하나의 시기로 뭉쳐져 기억된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다사다난했던 이 여행도,
단순화되어 오래 전 일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다행이다.
이 곳에서의 매일매일을 기록할 수 있었고,
긴 하루가 마무리되고 오롯이 혼자 있던 밤들.
나는 온전히 이 순간들을 가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