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Way You Are
오렌지
신동집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오렌지는 여기 있는 이대로의 오렌지다.
더도 덜도 아닌 오렌지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마음만 낸다면 나도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을 벗길 수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마음만 낸다면 나도
오렌지의 찹잘한 속살을 깔 수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대는 순간
오렌지는 이미 오렌지가 아니고 만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나는 지금 위험한 상태다.
오렌지도 마찬가지 위험한 상태다.
시간이 똘똘
배암의 또아리를 틀고 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에
한없이 어진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누구인지 잘은 아직 몰라도.
고등학교 때의 문학 수업.
선생님이 이 시를 설명해주신 순간,
내게도 가장 좋아하는 시가 생겼다.
'오렌지'라는 소재를 통해
존재의 본질 자체에 대한 물음과 함께,
한 사람이 사물이나 다른 사람을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의
무게와 깊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누군가를 알아가고 이해하고 좋아한다는 것은,
"너의 얼굴이 좋아."
"난 너의 목소리에 끌려."
혹은
상대를 내 입맛대로 바꾸려고 하거나,
내가 그의 취향에 맞도록 안간힘을 쓰는 것이 아니다.
자신과 다름을 인정하고,
그 차이마저 포용하고 싶은 것.
"그냥 너라서 좋아."
"있는 그대로의 너를 좋아해."
라는 진심어린 고백이
더 깊숙하게 와닿는 이유일 것이다.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수 없듯,
오렌지는 여기 있는 이대로의 오렌지이듯,
루비는 그냥 루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