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enNY_032

I still think of you too if only you knew


잠시 따뜻해진 날씨 덕분에
곳곳에 숨겨진 보물들이
더 선명하게 보이는 날들이었다.








길을 가다가 맞은편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가 있다.
(특히 거리가 좀 떨어져있을 때는 더더욱.)





생각해보니 한국에서 눈을 마주치면
곧바로 다른 곳을 보곤 했는데.







여기서는
일부러 더 로봇처럼 영혼 없는 눈으로 지나가거나.
최대한 자연스럽게 눈을 피하거나.
적당히 부담스럽지 않은 웃음을 짓고 스쳐가거나.







그때마다 상대에게서 느껴지는 온도에 따라
자연스럽게 바뀌었던 것 같다.








누군가 웃으면 나도 웃게 되는 것.
누군가 피하면 나도 피하게 되는 것.
누군가 정색하면 나도 정색하게 되는 것.










수업이 끝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얇아진 옷과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코리아타운을 향하는 즐거운 마음으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지하철역을 향하는데.






멀리서부터 해맑은 웃음이
눈에 띄는 사람들이
스윽- 지나갔다.






그중 한 명이 다시 돌아와서
(천 가방에 쓰여진 도쿄를 가르키고)
일본인이냐고 물어봤다.





아니, 난 한국인이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한국을 좋아한다며
웃음이 보기 좋다고 말해주고 싶었다며
좋은 하루를 보내라고 했다.








별것 아닌 그 대화 속에서
한 사람의 인상은 생각보다 짧은 시간 안에
정해질 수 있겠다 생각했다.







생각해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괜히 더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걸어 다녔던 것 같은데.





억지로 이곳에 맞춰서
차가워지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가족들과 떡국을 먹으며 보내는 연휴가 아니어도,
좋아하는 따뜻한 국물을 먹을 수 있었고.
직접 얼굴을 보고 시간을 보내지는 못하더라도,
화면으로라도 잠시 볼 수 있었다는 것에.




웃지 않을 이유가 없다.

LIFE STARTS IN NY_0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