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ville d'amour, Paris_02
But know whenever you're around
화려한 로코코 양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입이 떡- 벌어지는 공간에서
잠시나마 그 때로 돌아간 것 같았다.
대학교 ‘서양의 복식문화와 역사’ 수업 때
달달 외우던 그 많던 스타일과
세계사 수업 때 스윽 들었던 이야기들.
엄청난 인파와 대기 시간에
헤롱헤롱했어도
이게 다 기억에 남을 순간들이겠지.
나에게는 지나친 생각과 배려로
의견 피력과 선택을 잘 못하는 모습이 있다.
내 선택으로 고른 줄이 너무 길거나
내가 고른 음식점이 우리의 생각과 다르거나
혹은 내가 고른 디저트가 별로였거나.
이런 사소한 것부터.
대화가 겉도는 기분이 들 때.
너무 내 위주로 이야기를 했거나.
상대는 궁금하지도 않은데 혼자 이러는 건가 싶거나.
그럴 때 무의식중에
일정 거리나 벽을 두려고 하는 것.
나에겐 내 생각을 나누기까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큰마음을 먹은
용기낸 그 순간을 놓치면,
결국 내 의견이나 선택을 숨기는 습성이 있다.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척.
별것 아닌 척.
대수롭지 않은 척.
빵빵하던 풍선에
한번 바람이 빠지면
다시 불기 어려워지는 것처럼.
그렇게 말수도 적어지고
혼자 머뭇거리다가
결국 그 상태로 가만히 두는 것.
하고 싶은 말과 표현을
바로바로 할 수 있는 것.
서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도 능력이겠다고 생각했다.
어느새 일상이 되어버렸던 것이
한순간에 싹- 사라지는 것.
더군다나 익숙해지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특히나 이런 건
더 익숙해지기 싫었다.
그냥 두면
또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새로운 일상이 생겨버리는 것.
나만 내려놓으면
끝날 것 같은 기분.
인정하기 싫고 불편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꼭 필요했을
거리와 시간.
어쩌면 너무 긴 시간이
흘러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곁에 있을 것 같아도
언제든 없어질 수 있고.
그 어느 것도
당연한 건 없고
또 영원한 건 없다.
시간이 지나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했는데.
나에겐 아직도 어려운 것들.
아무래도 항상
내 능력 밖의 용기가 필요했었다.
생각하지도 못한 순간.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갑자기 그렇게 깨닫는 것들이 있다.
정말 진지하고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생각해보라는 뜻이었을까.
역시 누군가에게 기대는 건
나랑 맞지 않구나 싶었다.
더 독립적인 사람이 되어야지.
어떤 것도 기대하지 않고
항상 마음을 비우고.
앞으로 혼자서도 잘 해나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