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ng It On
To all of the queens who are fighting alone
2020년의 마지막 날 밤.
고 3 시절의 다이어리와 스케쥴러를
괜히 꺼내봤다.
첫 페이지에는 역시나,
원하는 대학교의 사진과 오글거리는 문구들.
스티커에, 그림에, 글에.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것 중에 하나.
당시엔 학생이면 학생답게,
주어진 시간에는 열심히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왕 해야 하는 거라면,
나중에 후회하기 싫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반복됐던,
지루하고 답답했던 날들.
그런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준 것들.
장난감 같은 손목시계들, 알록달록 머리핀, 귀여운 샤프 등.
여전히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것들.
아무래도 여중 여고를 다녔던 나에겐,
대학만큼은 꼭 남녀공학을 다니고 싶었던 것이
나를 성실하게 했던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렇게 원하는 대학교와 학과를 가면
다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19살에 맞이한 대학 생활은 생각과는 또 달랐다.
훨씬 똑똑한 친구들 사이에서 좌절도 해보고,
내가 원하는 게 정말 이거였는지 고민도 해보고,
준비되어 있지 않던 인간관계들에서 회의감도 느껴봤다.
그럼에도 도전해보고 싶었던 것들은
다 해봤던 것 같다.
대학교 때 정말 마음이 맞는 친구들을 만날 줄이야.
한 번에 과외 3개를 할 줄이야.
남들 앞에서 춤으로 공연을 할 줄이야.
듣기만 하던 랩을 내가 할 줄이야.
그리고 그 공연들에 부모님이 오실 줄이야.
교환학생을 미국 조지아로 갈 줄이야.
그 경험이 미국에 대한 미련을 남길 줄이야.
10년이 다 되어가는 그때의 선택.
그곳에서 평생 가는 가족같은 친구들을 만날 줄이야.
그리고 너무 소중한 인연이 생길 줄이야.
너만 생각하면 벅차고
세상의 모든 좋은 기운을 주고 싶다는
오랜 친구의 말에.
결국 나를 나답게 살게 해주는 건,
항상 내 주위를 묵묵하게 지켜주던
고마운 사람들 덕분이라는 걸 또 깨닫는다.
이미 지나간 것에는
미련을 갖지 말자.
2021년은
더 나답게 살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