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ve It Back

So please give it back, 'cause it's not yours to take



모든 것이 다
핑계이고 변명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물론 타이밍이나 의지를 탓할 수도 있었겠다.







행복하게 해준다는 말이,
외롭지 않게 많이 사랑해 주겠다는 말이,
그리고 매일 보고 싶을 것 같다는 말이.







가슴에 쿵- 하고 와닿아서
눈물이 났었을 때.
그 상처들을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보다듬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너무 신기해서
이런 것이 운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벅차고 설렜을 때.








그런 마음들을 조금씩 누르고
내 마음을 얼른 추스르려던 그때.
감당하기 힘든 현실도 함께 감당하고 싶었을 때.






내 말과 행동에 무겁게 끝까지 책임지고 싶어서
내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던 시간들.








부담이나 서운함보다는 이해와 기다림을 주고픈 욕심.
나름의 속도와 노력으로 배려했던 것들은
오히려 거리감을 만들고.





진심으로 공감하고 눈물 흘리던 시간들은
오히려 허무함을 주기도 했다.










남몰래 흘리는 눈물보다도 더 빨리
우리 기억 속에서 마르는 스무 살이 지나고 나면,
스물한 살이 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살 이후가 온다.





무심코 다시 본 글에
또 코가 찡.










이상하게 너무 힘든 아침에
핸드폰을 들었다가 다시 내려놨다.
딱 여기까지.






이미 지나간 일이야.








문을 열고 나서는데 택배가 와있었고.
그 안에 친구의 편지를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다.








오랜만에 자주 가던 코스를 달리는데
그간 쌀쌀해진 날씨에 맞춰 입은 운동복 사이로 찬바람이 들어오고
말랑한 러닝화가 느껴지는데 너무 좋더라고.





그렇게 10분쯤 달렸을까
벅차오르는 멜로디와 함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어.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곡이었어.






왜 사건의 지평선 밖에서는 안을 들여다볼 수 없다고 하잖아.
오랜만에 듣는 윤하의 목소리가 사건의 지평선 이전의 시간들을 보여주는 것 같더라.








내가 막 윤하라는 가수를 좋아했던 것도 이때쯤이었던 것 같아.
손등이랑 볼이 약간 얼얼해지는 가을과 겨울 사이 그쯤 말이야.
우산이라는 노래를 좋아했고 기다리다를 좋아했던 그때.



그때 걸었던 거리나, 자주 했던 말들,
좋아했던 간식이나 뜬금없이 떠오르던 작은 고민들 같은 거 말이야.






사건의 지평선 이전에 지금을 알 수 없었던 것처럼
지금을 알 수 없지만 이 다음 사건의 지평선 넘어 미래의 어느 순간에 지금의 얼굴을 돌아보려면
뒤 돌아선 채로 멈춰있는 게 아니라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야겠지.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다가 사건의 지평선 너머 어딘가에서 만나자.




너의 모든 발자국을 응원하는 ㅇㅇ이가.












여전히 모든 것이 다
핑계이고 변명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타이밍과 의지를 탓할 수 있겠지만.







딱 반 보씩만 용기 냈으면 됐을,
그런 순간들이었다.







그럼에도
이 다음 사건의 지평선 넘어 미래의 어느 순간에 지금의 얼굴을 돌아보기 위해
멈추지 않고 천천히, 그렇게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Give It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