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Very Moment

wandered around the endless nights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
슬픔에 너무 오래 잠겨있지 않고
그것으로부터 서서히 벗어나는 일.
다시 익숙한 일상으로 돌아와 조금 더 행복에 가까워지는 일.
선택하는 삶을 꾸준히 살아내는 일.







끝까지 가본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있다.
어떤 식으로든 끝을 보지 못하면, 결국 제자리.
차라리 선택할 수 있다면.
오히려 편할 것 같다.






근데 나는 항상 꼭 그렇더라.
행복함으로 마음이 일렁일 때,
이렇게 세상에 혼자 남겨지는 것 같더라.










너에게 특별하고 싶어도.
사실 아닐 수도,
혹은 그러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깊고 짙은 너의 아픔과 슬픔을 알아버렸을 때.
이미 깨달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범접할 수 없는 지난 시간과
내가 모르는 관계의 깊이에서 오는 두려움.






그래서 더 피하고 싶었던 것들.
온전히 마주할 자신이 없어서.
물을 자신도 없고, 또 무서워서.











괜찮은 척 씩씩한 척 살아가는 동안 감정이 곪아가고 있었다.
전혀 괜찮지 않았고 씩씩함과는 거리가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쌓인 감정들에 체하는 사람이다.
삼켜내는 방법이 아닌 뱉어내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데.






체하지 않는 방법.
뱉어내고 털어내는 방법.








나는 ‘그이’라는 그 말이 참 좋았다.
요즘 세대의 사람들은 좀처럼 쓰지 않는 말이겠지만,
그래서 더 흔하지 않은 귀한 그 말이 좋았다.
그 말에는 상대방을 향한 존중이 담겨있는 것 같았다.
존중의 마음에서 태어난 단어들은 다툴 때조차도 서로를 할퀼 수 없는 뭉툭한 모서리를 지녔다.
날 서지 않은 뭉툭한 마음을 품었던 사람들.
오랜 세월 함께 살아온 사람을 ‘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그 마음과 관계란 어떠했을까.








뭉툭한 마음이 다시 날카로워지고.
몽글몽글한 꿈이 다시 차가운 현실이 되고.
그렇게 꿈에서 깨어나는걸까.


This Very Mo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