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All My Might

That's the time I feel like making dreams come true

가기 전까지 몸과 마음이 너무 무거워서,
혼자 제주에서 어떤 시간들을 맞이할까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향했었다.





도착하자마자 닫기 직전인 카페에 후다닥 가서
끝내기 힘들던 책을 드디어 끝내고.
조용히 걷다가 해변가의 노을을 마주했다.





혼자 회를 먹고.
다음 날을 위해 일찍 자려고 해도
잠이 너무 안 오던 새벽.
내 머릿속은 엉켜진 생각들로 이미 너무 피곤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캐리어를 끌고
혼자 부스를 꾸미고 앉았는데.
역시나 너무 좋은 에너지를 받는 오프라인 행사였지.
’나는 무슨 복이 있어서’를 되뇌이는 시간들이었다.





옆자리에 낯익은 얼굴이 있어서 ’어!’하고 인사드리기도 하고,
<작은 순간들의 광채> 책 촬영을 해주신 소중한 인연도 만나고,
제주에 거주하시는 고객님이 맛있는 마늘빵을 들고 찾아와주시기도 하고.
부스와 내가 잘 어울린다며 사진을 찍어주시는 손님도 계셨다.
과분한 사랑.







몸 컨디션이 제일 안 좋을 때였지만.
한라체육관으로 디저트가 배달되기도 하고,
고마운 인연이 몰래 아이스 초코를 선물해 주기도 하고.
미리 생일 선물을 받기도 하는 그런 시간.





그렇게 가져간 모든 책이 완판이 되고,
샘플까지 판매하고 다 정리를 하니.
스스로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 싶었다.









혼자 고기를 먹으러간 적이 단 한번도 없지만,
흑돼지 1인분 네고도 했고.
고기 구워주시는 분들과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예전부터 같이 가고팠던 LP바를 혼자 찾아갔다.







LP바의 사장님과 생일이 같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우연의 선택들이 새로운 경험들을 이어주듯,
혼자 앉았던 바 자리에서.
비슷한 성향의 동생이 말을 걸어주기도 하고,
또 의도치 않게 많은 축하를 받기도 했다.








생일은 특별하면서도 특별하지 않구나.
눈을 뜨고 혼자 맞이하는 생일 아침.
조용히 짐을 정리하고, 다시 공항으로 향하는 시간.






26도라는 말도 안되는
아름다운 날씨가 나를 기다렸고.
집에는 고마운 친구들의 선물과,
멀리서 오빠가 보낸 꽃이 있었다.






오자마자 정리를 하고, 일을 한 뒤에
기절하듯이 쓰러졌더니
생일 하루가 다 끝나가 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다행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올해 생일도 이렇게 잘 끝나가는구나.
아무 일 없이,
별 탈 없이 지나가는 하루.

With All My Migh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