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ant to Be
I just wanna feel like I'm in love
말을 예쁘게 쓰는 사람이 최고다.
그런 사람과 함께하면 밝게 물들어가는 느낌이 들고 엉망이었던 기분이 정화되는 것 같다.
곱게 다져진 언어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라면서 배운 단어 중 맑고 깨끗한 것만 골라 쓰는 그 마음이 얼마나 고마운지.
다정한 말 한마디가 사람을 구한다고 하니 나도 입술에 다정을 조금 더 덧대야겠다.
다정함의 힘을 믿는다.
다른 것에 영향받지 않고 지켜내고픈 것.
고유한 느낌과 나의 기준들.
이렇게 길게 업데이트를 안 한 적이 있었나.
어쩌다 보니, 거의 2주 만에 연말 정리 기록이 된 이번 글.
좋지 않은 컨디션을 급하게 끌어올리고,
인아와 따뜻한 코타 키나발루에 가서
정말 푸욱 쉬다가 왔다.
책 읽고 마사지 받고 먹고 자는 삶.
얘기도 많이 하고 정말 편하게 지내다 온
짧지만 꽉 찬 휴가.
최대한 담백하게 사는 것.
불필요한 감정들을 걸러낼 줄도 알고, 사랑받기 위해 욕심부리지도 않으며,
외롭다고 칭얼대지 않고, 행복하다고 해서 나태해지지 않는 것.
괜한 다툼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며 감정이 요동칠 때는 잠시 마음을 비우고,
눈길 둘 곳 없을 때는 괜히 하늘도 쳐다보면서 약한 마음에 다짐을 채워 넣는 것.
이별을 겪고서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이 아닌 흠뻑 젖을 정도로 아파하다 미련을 남기지 않는 것.
긴 시간 자리 잡은 적 없던 마음속에 누군가가 자꾸 서성이는 것을 느끼며 웃어도 보는 것.
담백하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32살 (33살..?)의 내가
내년을 대하는 마음가짐.
그리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시즌이 왔다.
아이스 링크장을 보면서 핫초코도 마시고,
좋아하는 꽃 선물도, 너무 예쁘고 맛있는 케익도 받았다.
(꽃과 케익 센스에 기절..!)
나름 귀엽게 기념일 축하를 하고,
푹 쉬다가 떠난 제주.
사실 목감기가 와서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고 떠났다.
컨디션이 좋았으면 더 좋았겠지만,
정말 아무 생각 없이 푹 쉬다가 온 연휴였다.
해보고팠던 진저브레드 하우스 쿠키도 만들고!
영화도 몰아서 보고
(건축학개론, 러브 액츄얼리, 나 홀로 집에, 찰리와 초콜릿 공장 등등)
’그해 우리는’도 드디어 끝냈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는데,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고
또 질문하면서 더 알아갔던 그런 시간들.
갑자기 너무 아팠던 나를 위해 짐을 정리해 주던 모습과
푹 쉬라고 걱정해 주던 시간 덕분에
다시 조금씩 채워지는 에너지.
함께 해온 세월보다 중요한 것은 함께 나눈 속내가 아닐까.
1년이 무의미한 시간이 될 수 있고,
1분이 더없이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시간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지도 모르겠다.
시간 안에 진심을 녹이지 못했다면.
시간을 함께하는 게 아니라, 마음이 맞닿아야 한다.
농밀한 시간으로 세월을 뛰어넘는 우리가 되길.
그리고 서울에 돌아오자마자
신규 프로그램 미팅 요청이 와서 바로 진행했다.
내년에는 또 얼마나 재밌고 신기한 일들이 펼쳐질지.
어제는 어려울 수 있지만,
너무 즐거운 저녁 식사가 있었고.
갑작스러운 소식에 너무 놀라고 힘들기도 했지만.
조금은 차분하게 맞이하는 12월의 끝자락.
고마웠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