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Ground
All my worries start to fade
꼭 필요한 시간이었다.
모든 것에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마지막 남은 말들까지 다 내뱉었으니까.
조금은 무기력 한 주를 보내다가 깨달았다.
아닌 것에는 더 에너지 쓰지 말고
빨리 끝내는 법.
아침에 핸드폰 저장 용량이 부족하다는 알람에
사진과 영상을 정리하다가
음성 메모들을 발견했다.
대학원 과제에서 진행했던 인터뷰,
발표 전에 연습으로 녹음했던 것들.
그리고 Home이라는 제목의 음성 메모.
2019년 8월 28일.
뭐지? 하고 눌렀는데
내가 울면서 녹음했던 메모였다.
(윽..)
’뭔가 하염없이 눈물이 나는 밤이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또 딱히 슬플 이유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딱히 그런 이유들이 생각보다 큰 이유들이었나 보다.
사랑하는 가족의 특별한 생일을 내가 직접 챙겨주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아쉬움.
앞으로 함께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두려움.
갑자기 문득문득 걱정이 될 때 밀려오는 무서운 마음.
힘든 하루에 귀신같이 몸과 정신 건강하게 잘 챙기라는 친한 친구의 문자에
바로 전화를 걸 수 없고, 다른 시간 차 때문에 늦게 대답을 하고.
오랜만에 보고 싶다는 카톡에도 답을 바로 할 수 없는 게
내가 지금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이나 마음의 빈 공간으로,
나를 외톨이처럼 느끼게 하는 것 같다.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또 친하다고 얘기할 수 있을 만큼 소중한 인연들도 참 많이 만났지만.
어느 순간부터 어느 정도 이상의 이야기를 잘 못하는 나를 발견하고,
불편해하는 내 모습이 싫어서 그 상황을 피하는,
내가 싫어하는 모습의 나를 발견했다.
딱히 말하고 싶은 주제가 없는데도,
굉장히 관심 있는 척 이야기를 해야 하고.
딱히 열정이 없는데도 열정이 가득 찬 사람처럼 보여주고 싶은 것.
너무 이중적인 내 모습에 많이 지친 것 같다.
생각보다 외로움이 많은 내가,
생각보다 외로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구나.
외로운 이 뉴욕에서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르겠지만, 조금은 더 즐겼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여기서 사는 건 여행이랑 다른가 보다.
그만 울고 싶다.’
5분 동안 계속 이야기를 내뱉는데,
울먹이면서 밤에 이걸 녹음했던 그 순간이 떠오르면서.
아, 하고 다시 깨달았다.
나 진짜 힘들어했지.
어디 티도 못 내고,
많이도 참았었지.
갑자기 지금이 너무 소중해졌다.
다시는 그렇게 힘들고 싶지 않아서.
계속되는 자아 성찰과 생각들 속에서,
아직도 난 어른이 되려면 멀었지만.
나에 대해서 더 알아가는 이 시간들이 소중해졌다.
그리고 무언가 기다리는 마음.
말과 행동으로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모든 것들도.
더 고맙고 크게 느껴지는 법이었다.
좋아하는 언니들과 금요일 저녁을 보냈다.
90프로는 연애, 사랑 이야기였는데.
나이에 상관없이 우리 모두 똑같았다.
사랑 가득한 봄, 여름이길.
그리고 더 단단해진 내가
더 많은 것을 품을 수 있길.
그때그때 감정에 솔직할 수 있길.
최선을 다하고 후회는 하지 않길.
그리고 불안하게 만들지 않길.
이제야
준비가 된 것 같다.